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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자발적’ 참여 강조한 정부...이사회 역할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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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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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자발적’ 참여 강조한 정부...이사회 역할이 관건

  • 기자명 김연지 기자 
  입력 2024.02.26 17:13  수정 2024.02.28 00:23

전문가, 일본과 한국은 기업 지배구조 자체 달라...방법도 달라야
연성 규범에 기대지 말고 장기적으로는 법제도 개선 필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

[ESG경제=김연지 기자] 정부가 26일 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목표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공개했지만, 시장 반응은 대체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쪽이다. 프로그램의 구체성이 떨어질 뿐더러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 강조, 어떻게? 

한국거래소에서 26일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제1차 세미나에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가 거듭 강조됐다. 이날 축사에 나선 금융위원회 김주현 위원장은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과감한 인센티브”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공시·이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마련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환원 확대에 대한 다양한 세제지원(우수기업 표창 수여·모범납세자 선정 우대·각종 평가 우대 등)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밸류업 지수를 활용한 ETF 상장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 등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타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지침을 말한다. 

이에 대해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26일 보고서를 내고 “주식시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돌아서며 저PBR 업종 위주로 낙폭이 컸다"며 그 이유로 "구체적 계획안 부재, 시장 기대했던 배당 분리과세 등 세제개편 내용 없어 실망 매물이 출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 역시 이날 세미나에서 “이미 주주 환원을 하고 있는 대기업들이야 더 열심히 참여하겠지만 대부분 저평가된 중견 이하 기업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며 “자사주(매입 및 소각)·배당·투자 이런 다방면에 걸쳐 실질적이고 강력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기업들의 참여를 ‘압박’하기에는 너무 유연하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너무 약한 내용이라는 평이 나온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의 파워가 막강한 우리나라에서 그들의 이해관계와 상충하는 개혁을 하면서 신사적이고 온건한 조치를 내놓아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이런 식의 강제성 없는, 자발적인 동참에 호소하는 권고 조치로는 지배주주를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재벌 지배구조

한편, 정부가 이번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벤치마킹한 일본의 사례가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거버넌스포럼)은 23일 자사 홈페이지에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인베스트(Hermes Invest)의 조나단 파인즈(Jonathan Pines) 아시아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글을 게재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조나단 매니저는 한국에선 일본식 ‘연성’ 접근 방식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그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도쿄증권거래소는 주주 참여 활성화, 기업 문화 변화 유도, 긍정적 사례 홍보, 비협력 기업 규탄 등 기업들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전략을 추진했다“면서 “일본의 ‘소프트’ 접근 방식이 성공을 거두었던 이유는 패밀리(재벌)같은 지배주주가 거의 없고,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지분율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는 특정 지배주주를 대변하는 이익집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가족이 지배하는 상장기업이 훨씬 더 많고, 지배권을 가진 이들은 현재의 환경에서 대단히 많은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벌은 상속세를 적게 내려고 주가는 낮게, 배당은 적게 하면서 계열사 자산이나 일감을 자신들이 지배하는 회사에 떠넘기도록 해서 손쉽게 부를 쌓는다”고 했다.

26일 1차 세미나에서도 일본과 한국의 기업 구조의 차이는 언급됐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금융산업실장은 “일본은 1950년대 이후 기업 소유구조가 많이 분산되었지만 한국은 대기업 중심으로 오너가 존재하고 대주주 지분율이 높다”면서 “일본은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 지분이 꾸준히 증가한 반면 한국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효섭 실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다른데 일본 사례를 과도하게 참고한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일본뿐 아니라 해외 주요 거래소의 거버넌스 개선 권고 사항 등을 많이 참고했다”고 답했다. 

장기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려야...이사회 역할이 핵심적

우려와 동시에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제언도 많았다.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이사회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던 이번 1차 세미나에서는 기업의 가치제고 방안으로 '주주환원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금융산업실장은 26일  “기업 성장 단계에서 측면에서 보면 일본은 이제 성장기보다는 안정기와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한국 기업의 주주 환원율이 여전히 낮아 보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 너무 주주 환원 확대만 강조하는 것은 기업 성장 단계나 성향을 고려해 보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한 핵심요소로 이사회 역할을 꼽는 목소리도 크다. 국민연금공단 이동섭 수탁자책임실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잘 성공하고 안착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직접적으로 관여해야 된다"며 "특정 주주만을 위한 기업가치 개선 계획이 아니라 전체 주주를 위한 관점에서 계획이 마련되도록 해야 하고, 기업가치 개선의 결과들에 대해서는 시장과 소통함으로써 (주주들의) 관여도를 조금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박민우 자본시장국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22년부터 정부 주도의 물적 분할 제도 개선·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 제도·전환사채 제도 개선·자사주 제도 개선 등 일련의 금융시장 투명화 방안이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그 가치가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관행과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긴 호흡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ESG경제(https://www.esg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