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돈 횡령했던 직원, 이사장님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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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고 돈 횡령했던 직원, 이사장님으로 돌아왔다
인천 새마을금고 전무, 징계 임박하자 '사표'
1년 뒤 선거 통해 이사장 당선…10년째 수장
검찰에 고소당했지만 합의해 기소유예 처분
"제왕적 이사장제가 금고 부실대출·갑질 근원"
편집자주
새마을금고 계좌가 있으신가요? 국민 절반이 이용하는 대표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창립 60여 년 만에 전례 없는 위기 앞에 섰습니다. 몸집은 커졌는데 내부 구조는 시대에 뒤처진 탓입니다. 내가 맡긴 돈은 괜찮은지 걱정도 커져갑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새마을금고의 문제를 뿌리부터 추적해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문제는 A씨의 상사였던 전무 B(62)씨였다. 중앙회는 B씨도 연루됐다고 보고 둘을 모두 중징계하려고 했다. 두 사람은 당시 이사장이었던 C(76)씨가 받아야 할 수당 420여만 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하지만, B씨가 중앙회 검사가 진행되던 그해 7월 돌연 사표를 쓰고 금고를 떠나면서 징계를 할 수가 없었다.
윤리 문제, 능력 부재에도 대의원 마음만 잡으면 '집권'
납득하기 힘든 상황을 이해하려면 동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출 과정부터 살펴봐야 한다. 지역 금고는 선거를 통해 이사장을 뽑는다. 주로 동네 유지나 전직 시군구 의원, 새마을금고 직원 출신들이 출마한다. B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금고의 전체 회원은 1만여 명인데 이 가운데 극히 일부인 대의원 120여 명에게만 투표권이 있다. 이들의 마음만 사로잡으면 금고 운영권을 쥘 수 있다는 얘기다. B씨는 사표를 제출해 징계를 받지 않았던 터라, 회원이나 대의원들은 그가 금고를 떠난 정확한 사정을 알지 못했다.
B씨는 이사장 등극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이후 두 차례 더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돼 10년째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사이 검찰에도 한번 불려 갔지만, 끄떡없었다. 전임 이사장 C씨가 사문서 위조와 횡령 혐의로 B씨를 고소했는데, B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써줬다. 덕분에 금융기관 직원이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B씨는 한국일보에 "나는 A씨의 잘못에 연루되지 않았지만 중앙회에서 계속 트집을 잡기에 자존심 때문에 사표를 낸 것"이라면서 "나에 대한 의혹 제기는 전직 금고 이사회 관계자의 음해"라고 주장했다. 또, "2014년 이사장 선거에 나온 건 전임 이사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나면서 나에게 '이사장 보궐 선거에 나서달라'고 부탁해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년 동안 자산 3배 늘었지만 후진적 경영 관행 여전"
해당 금고의 사례는 특정 금고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동네 정치판'이 돼버린 전국 새마을금고 중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 새마을금고를 밖에서 감시해온 조형곤 서민금융선진화시민연대 공동대표는 "현행법상 이사장을 최대 12년까지 할 수 있는데 그사이 직원 인사권과 대출 승인권 등을 악용해 조직을 장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윗선 압력에 의한 부실 대출, 갑질, 횡령 사고 등이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은 제왕적 이사장제에 있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이사장이 사고를 쳐 금고가 망해도 5,000만 원까지는 예금자 보호 덕에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회원들도 금고 일에 무관심하다"며 "직업 윤리와 금융 지식이 떨어지는 사람이 연임을 거듭하며 특정 금고를 장악하면 그 피해는 돈을 맡긴 고객과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사정도 지역 금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회는 고객들이 각 금고에 맡긴 예·적금 중 약 100조 원을 건네받아 돈을 불리고 지역 금고를 검사하는 역할을 한다. 몸집은 크지만 인사·평정권 등을 쥔 중앙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 중앙회장은 지역 금고 이사장들이 투표를 통해 뽑는데, 일부 이사장들은 회장에게 '충성'하며 자기 뱃속을 채운다.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이었던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 교수는 "새마을금고의 자산이 10년 동안 3배 가까이 늘었지만 경영 관행이나 리스크 관리 등 모든 측면에서 후진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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